시국이 뒤숭숭 하지만 그래도 땅끝기맥은 계속 이어진다. 세상이 두쪽이 나더라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지론이다. 계절은 또 바뀌어 싸늘한 바람이 불어 주며 산행하기 좋은 날씨다. 함께 하시는 분들이 점점 줄어들어 저번 구간보다 더 작은 인원이 꾸려지게 되고 그렇게 또 땅끝기맥 5구간은 시작이 된다.
산행지: 땅끝기맥 5구간 30.90km
코스: 석문저수지-첨봉-덕룡산-작천소령-주작산(왕복)-오소재-노승봉-가련봉-두륜봉-도솔봉-대둔산-닭골재
날씨: 전망 좋고 산행하기 좋은 날
기온: 04~8도
소요 시간: 12시간 16분
일행: 10명

한 달 전 이곳을 떠났는데 다시 봉황로에 내려선다. 차에서 내리자 싸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고 인증사진과 더불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땅끝기맥 5구간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다 보니 멧돼지가 산란할 때 만들어 놓은 집이 등산로에 그대로 살아있다. 곳곳에 멧돼지 집들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곳도 멧돼지가 꽤나 출몰하는 지역인가 보다.


어둠이 가시기 전에 화원지맥 분기점인 첨봉에 올라선다. 화원지맥을 하기 위해서는 이곳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올라서는 것도 그렇지만 내려서는 것도 만만 하지 않다. 남도의 지맥이 왜 까칠한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화원지맥이다. 겨울철에 화원지맥을 해도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잡목도 많이 우거지고 가시덩굴도 산재해 있어서 힘이 든다. 겨울철에 해도 힘이 드는데 여름에 한다면 될지 있다면 겨울에 하기를 강추합니다.


첨봉을 지나 땅끝기맥을 이어 가는 것도 만만 하지 않다. 등산로에 잡목이 워낙에 많다. 그렇게 걸음을 재촉하는데 어렴풋이 어둠이 사라지며 여명이 밝아 온다. 밝음이 찾아오며 하늘색이 곱게 물들어 가는데 이 모습 또한 참 좋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열리는 하늘을 감상하며 잠시 발걸음을 세워 본다. 저 열리는 아침 여명을 보며 오늘은 또 어떤 좋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을지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는데 그사이 휘리릭 가시는 분들 감수성이라고는 1도 없으신가 봅니다.


오늘은 어째 일출이 올라올지 안 올지 하늘을 보니 일출이 올라오기에는 너무 구름이 많은 것도 같고 하지만 항상 나는 소망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올라오는 일출이기는 하지만 그 일출이 또 올라와 주기를..


덕룡산에 올라서 가야 할 주작산 라인도 쓱 훑어본다. 전에도 주작산 주봉에는 다녀왔었지만 이번에 준희선생님 께서 주작산에 한번 다녀와야 하지 않겠냐 하며 다녀오라 하셨기에 안 갈 수도 없고 온 김에 갔다 오리라 마음먹고 먼저 주작산 왕복을 하기 위해 앞서 진행을 한다.

이곳 이정목에 배낭 벗어 걸어 두고 주작산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린다. 아무래도 빨리 다녀와야 사람들과 합류해서 갈듯 해서 조금 많이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한다.

주작산에서 바라보는 주작산 라인과 두륜산의 당당함이 멋들어지게 조망이 된다. 500m 도 되지 않지만 그 위용은 작은 설악에 비유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쭉 뻗은 암릉미가 있다.

약 20여분 만에 도착한 주작산 정상 확인 하고 다시 되돌아 나간다.



주작산에서는 덕룡산 라인이 눈에 이쁘게 잘 들어온다. 봄철 진달래꽃 필 때 덕룡산과 주작산을 오면 온천지에 진달래가 만발해서 주로 진달래꽃 산행으로 오던 곳인데 땅끝기맥 덕분에 늦가을에 오게 되었다. 덕룡산은 땅끝기맥에 끄트머리만 살짝 걸려 있고 주작산도 작천소령에서 오소재로 넘어가지 주작산 주봉으로는 가지를 뻗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작산 정상에 잘 오지는 않는 듯하다.


주작산 주봉을 구경하고 왔더니 사람들 기다리지도 않고 냅다 내뺀 모양이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함께 가려고 또다시 속도를 높여 따라가 보려 하지만 아무래도 암릉구간이다 보니 속도가 그렇게 썩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만 속도가 안 나는 것은 아니었는지 얼마 진행하지 않아서 암릉구간에서 꼬랑지를 딱 잡게 되고 이때부터는 눈누난나 함께 한다.

주작산 암릉구간을 통과하며 보니 저쪽에 희미하게 월출산의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발은 참 부지런도 하다. 저렇게 까마득하게 먼 거리를 걷고 걸어 이곳까지 왔으니 말이다.


덕룡산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 앞으로 진행해야 할 주작산과 두륜산 구간을 조망해 본다. 역시 절경이다. 눈에 넣어도 넣어도 아프지 않으니 말이다. 이렇게 경치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을 때 살며시 불어주는 바람에 땀방울이 녹아난다.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바닷가 마을을 바라보니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과 바다에 빛 내림이 내려서고 오롯이 그 광경을 담아본다. 예전에 똑딱이 카메라나 핸드폰 들고 다닐 때는 빛 내림 담아내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이 워낙 좋아지다 보니 빛 내림도 쉽게 담아낼 수 있는 아주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빛 내림 한번 담으려면 무거운 DSLR 대포 들고 다녔어야 했었는데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

점점 오소재에 가까워지는지 두륜산이 뚜렷하게 조망이 되기 시작을 한다.

그렇게 오소재에 내려서게 된다. 여기서 잠시 쉬어 가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이곳에서 쉬었다가는 너무 늦게 이번 구간이 종료될 듯하여 쉬지 않고 바로 두륜산을 치고 오르기로 한다.

저 높은 곳을 언제 오르나 했지만 꾸준히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절반 이상 올라서고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 뒤를 돌아보니 온 세상이 내 발아래 있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너덜길이 형성되어 있고 미끄러지지 않게 이리저리 옮겨 가며 너덜길을 올라선다.


너덜을 지나 꾸준히 올라서다 보니 어느 사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노승봉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전후좌우 할 것 없이 모두 뻥 뚤려 있어서 조망이 좋아도 너무 좋다. 여기서 한세월 마냥 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보니 아쉬움은 그대로 남겨 둔 채로 다시 발걸음을 옮겨 간다.

완전 감수성 폭발 인가? 여기저기 사방팔방 안 좋은 곳이 없으니 어쩔 거야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황홀경 속이다.

그렇게 황홀경에 빠져 허우적 대며 가다 보니 가련봉에 도착을 한다. 가련해 보여서 가련봉일까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입니다.

지나온 노승봉 다시 한번 훑어보고 어디를 봐도 조망이 훤하게 열려 있어서 그냥 절경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가련봉에서 세상을 굽어 본다. 이럴 때면 내가 산신령이라도 된 것처럼 어깨뽕이 뽕 하고 올라갈 때도 있다입니다. 저 멀리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흥사 가 보이고 사진상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좌측으로 표충사도 자리하고 있다. 오늘은 정말이지 복 받은 날인지 너무나도 좋은 전망이 펼쳐진다. 전에 왔을 때도 이렇게 전망이 좋았던 것 같은데 그것도 매번

가련봉에서 내려서는 코스 예전에는 밧줄 잡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내려섰는데 없던 계단이 생겨서 편하게 내려설 수 있게 되어 있다.

두륜봉에 오르는 길 구름다리처럼 생긴 석문이 하나 있다. 저 사이를 아래로 다닐 수도 있고 위로 지날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꼭 코끼리 코처럼 생겨서 나는 코끼리 코라고 부른다.

두륜봉에 왔으니 정상은 한번 밟아 보고 가야 하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두륜봉 정상을 가뿐하게 밟아본다.

두륜봉에서 도솔봉 자락을 바라다본다. 통신탑 있는 곳이 도솔봉인데 저곳에 선은지맥 분기점이 있다. 대부분 선은지맥 분기점을 접속하기 위해서는 대흥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접속구간이 짧을 것이다.

후들후들한 암릉구간 가련봉이나 노승봉에는 계단이라도 있었지만 이쪽 구간은 계단이 없어서 조금은 살벌할 수 있는 암릉구간을 지나야 한다. 몇 곳의 이런 달콤 살벌한 구간을 지나면 능선이 나오니 이쪽은 조심해서 지나시길 당부합니다.

살벌한 암릉구간을 지나면 그래도 꽤 쓸만한 능선이 나오고 대흥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구간에 다가서니 선은지맥 시그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고생 끝 행복시작인가? 하지만 지맥이든 기맥이든 바닷가에 있는 것은 끝이 가봐야 그 끝이 보이지 않겠는가 싶다.



살벌 달콤한 암릉구간과 완만한 능선구간을 지나 올라선 도솔봉 이곳이 선은지맥의 분기점이 된다. 선은지맥 하면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어떻게 서로 약속하지도 않았던 분들을 선은지맥에서 두 팀이나 만났다는 거 아니겠는가. 지맥 하면서 하루종일 산속에서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할 때가 대부분인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거나 같지 싶다.

선은지맥 분기점인 도솔봉에서 선은지맥이 지나는 능선을 확인해 보고 잠시 그곳에 시선을 빼앗긴다.


잠시 선은지맥을 눈에 담으며 머릿속으로 그려 보고 있다 보니 이 사람들 또 나를 버리고 냅다 내빼는 모양새다. 나를 버리고 가신다면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답니다.

아무리 빨리 도망 가려하셔도 빨리 가실 수가 없으시죠. 키를 넘는 잡목숲에 산죽과 청미래덩굴 까시들이 여기저기 얽히고설켰는데 거기다 한수 더 떠서 미역줄덩굴까지 엉켜서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니 빨리 도망가기 힘드시죠. 덕분에 금세 합류를 합니다.

송신탑은 넘어 들어갈 수 없지만 우회를 할 수 있네요. 선답자 분들이 우회를 했는지 희미하게 길이 나있는데 철조망은 관리가 안되었는지 녹이 슬고 곳곳이 무너져 있네요. 아무리 봐도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는 듯한 폐 송신탑처럼 보입니다.


어디를 봐도 조망이 환상입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얼른 진행을 해야 하건만 환상적인 조망이 자꾸 걸음을 붙들어 매네요. 그러니 어쩌나요 그럴 땐 아무리 바빠도 마음의 여유를 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계속 이어지는 암릉구간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암릉구간이 너무 즐겁기만 하다. 이리저리 깡충거리는 것도 좋고 가끔은 지리도록 살 떨리게 하는 것도 좋다.

닭골재로 뻗어나가는 라인이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봐도 높지는 않지만 자잘한 암릉구간 업다운이 쉽지 않을 듯하다. 어둡기 전에는 닭골재에 내려서야 할 텐데 걱정이 된다.


앞서 가신 선배님들의 응원에 힘을 내고 차츰 닭골재에 가까워져 가지만 암릉구간이 많다 보니 속도는 나지 않고 시간은 점점 흐른다.

그래도 그냥 마냥 걸을 수는 없으니 지나온 도솔봉 한번 뒤돌아 보고

진행해야 할 방향을 바라다보니 참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가야 하는 길 즐겁게 걸어보자 싶다.

뒤에서 오시는 분들이 조금 힘들어하시는 것도 같고 여기서 중간에 탈출하려 해도 쉽지 않아 보이고 만약 탈출한다고 해도 다음구간이 너무 길어져서 난감할 것 같다. 그럴 바에는 닭골재 까지는 조금 늦더라도 오늘 안에 도착을 시키는 게 맞을 것 같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은 판단이 되니 바로 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일단 앞장서서 속도를 내서 빼준다. 그러면 사람들은 조금 힘이 들더라도 따라오게 되어 있다. 땀 흘리지 않고 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올리다 보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살짝살짝 뒤를 곁눈질로 보니 속도를 내면서 잘 따라붙고 있다. 다행이다 싶어 한 단계 올린 속도를 유지한다.

그렇게 냅다 달려 어둠이 내려앉으려는 시간에 닭골재에 내려선다. 날씨가 쌀쌀한데도 춥지 않을 정도로 몸에 열을 냈던 모양이다. 한 분 두 분 닭골재에 도착을 하면서 땅끝기맥 5구간을 끝마친다. 마지막 6번째 구간은 20km가 안되니 여유 있게 끝낼 수 있을 듯하다. 오늘 너무너무 멋진 조망을 보여준 구간이라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듯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씻지도 못하고 뒤풀이도 못하고 상경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멋진 조망이 마음에 남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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