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기맥을 두 구간으로 마무리하려면 이번 구간에서 유달산을 넘어 다순금을 밟아야 한다. 한데 항상 그런 것인지 그냥 보내주지는 않을 듯하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며 축복을 한다. 지난 구간 남겨두었던 자투리부터 다시 시작을 하다 보니 함평에서 시작을 해서 무안을 거쳐 목포에 들어서게 된다. 무안의 산줄기는 둘레길이 잘 형성되어 있어 편하기는 하지만 등산로가 너무 좋다 보니 졸음신이 강림하여 빗속에서 졸며 졸며 온몸으로 졸음신과 비를 맞이한다. 마지막 발걸음 다순금 그곳을 향하는 세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산행지: 영산기맥 90.05km
위치:전라남도 함평군/무안군/목포시
코스:가는 고개-백운봉-건김재-발봉산-양서파충류생태전시관-함풍교회-함평나들목-영태산-중봉-대호농장-곤봉산-제비산-감방산-도산저수지-매곡육교-봉대지맥분기점-병산-평용교-초당대학교-남산(왕복)연징산(왕복)한재-대치령-마래봉(왕복)구리재-구리봉-사자바위산-하루재-승달산-승달산(깃대봉 왕복)-복천-질재-국사봉-대봉산-지적산-대박산-대박터널-양을산-유달산공원-유달산일등바위-다순금
날씨: 비, 번개, 살짝 맑음, 비
기온: 15~21도
소요 시간: 31시간 46분
일행:5명

남은 구간은 오늘 끝을 맺어야 하다 보니 발걸음이 바뻐질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가시밭길은 없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데 글쎄 그게 마음대로 좋은 길만 있을까 싶다.

날이 밝아 오고 비도 오다가 지쳤는지 지금은 멈춘 상태 이고 이런 길 누군가와 손잡고 눈누난나 하며 걷기에 좋을듯한 착한 등산로 되시겠다.


걷기 편안한 완만하게 오르고 내리고 하는 등산로를 따르다 흥에 겨워 휘파람을 불어 본다. 그러자 어디선가 숲이 깨어나듯 여기저기서 산새들이 지저귀며 반겨준다. 그 소리에 내 쉬는 황홀경에 빠져 들고 그사이로 아침 안개 스믈거리 더니 어느새 주위를 감싸고 든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이 되니 나도 모르게 흥에 겹다.

흙에 덥혀 숨어버린 삼각점 이리저리 흙을 걷어 내고 삼각점을 확인을 한다.

나를 빨아들이는듯한 마력을 뽐내는 숲속 등산로, 오랜 어둠 속의 정적을 뚫고 울려 퍼지는듯한 산새들의 열열한 환호를 받는듯한 착각에 빠져 걷는다. 발걸음을 빠르게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느릿느릿 걷고만 싶은 숲 속의 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어느 세월에 다순금에 발을 들이겠는가, 오리가 물 위에서 평온해 보이지만 물속의 오리발은 빠르게 움직이듯이 현실에 나는 숲 속에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발은 빠르게 가져간다.

오랫동안 산패가 잘 보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일부 산도 잘 알지 못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산패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꾸 훼손을 하니 걱정이다. 모르면 그냥 놔두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다.

안개 덕분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이 길에 유유자적 발걸음을 옮긴다. 산행 중에 가장 만나고 싶은 순간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런 몽환적 분위기이고 다른 또 하나는 어둠이 밝음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세상만물이 어둠을 벗어나는 순간 숲에서 풍기는 그 특유의 향과 산새들의 지저귐의 하모니를 듣는 그 순간 나는 다시 태어나듯 몸이 깨어남을 느낀다. 그럴 때가 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하다.

추자재에 내려서면서 굴다리를 통과하고 도로를 따라 걷는다. 어제오늘 걷는 길은 90km를 넘는 길이기는 하지만 도로가 워낙에 많다 보니 그만큼 시간이 단축이 된다. 하지만 장거리가 되다 보면 그것도 대미지가 만만하지 않다.

트랙을 따르다 보니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무엇인가를 캐던 곳인지 사방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산을 깎은 흔적이 너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그 사이를 따라 진행해야만 하더라.

트랙을 따르다 보니 꽤 넓은 수로가 가로막고 있고 넘지 않고는 갈 수가 없어 뛰어넘어 보지만 마음처럼 단박에 뛰어넘어지지는 않더라, 끄트머리에서 풍덩 하고 말았다는, 마음이야 3m 아니고, 10m도 뛰어넘을 수 있었지만 내 몸은 그리 따라가지는 못하더라.

그 험하던 절개지 현장을 벗어나니 이쁘장하게 단장된 길이 나오는데 차라리 절개지 현장을 횡단하지 말고 조금 돌더라도 우회하는 것이 안전할 듯싶다.


얼래이여!! 코딱지만 한 산이 왜 이리 고약하데, 땀 좀 흘리면서 올라선 지적산 되시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아주 죽여준다. 뭘 죽여주냐고요?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ㅎㅎ

보시다시피 어디를 봐도 알아볼 수가 없다. 저 아래 마을이 있을 텐데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자욱한 안갯속 그 속으로 또다시 스리슬쩍 들어선다.

바람과 함께 나타난 도시의 풍경 어느 순간 안개가 사라지더니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많이도 오는구나.

비가 많이 오면 저곳 장어탕 집에서 매식을 하려고 사전에 검색해 두었었는데 하필이면 아직 영업을 안 하는 시간이라 먹을 수가 없었다.(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 전화번호 061) 285-7771 손번호 010-4444-7771 대박장어탕 내가 역시 먹을 복이 없는 게야.

역시 대박이였다. 대박산에는 무엇이 있는가 싶어 올라서 보니 시그널 몇 개와 심은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나무들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정상석 정도는 만들어 둬도 되지 싶은데..


정상에는 없던 것이 조금 내려서니 대박산이라고 알려주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벌써 지나쳤거든..

대박산에서 내려서고 도로를 따르다 다시 산으로 접어들며 조망이 트이는 곳이 있어 카메라 들이대니 시멘트 공장이 시야를 가린다. 뭐 어쩔 수 없지.

또다시 쏟아지는 비로 인해 등산로는 고랑이 생기고 빗물이 무서운 기세로 또랑을 만들어 간다.


KT 기지국 뒤편으로 빙 돌아서 나오니 양을산이라 알려준다. 자세히 보지 않고 간다면 바로 하산해서 양을산 인 줄도 모르고 지나쳐 가겠다.

목포 쪽은 거의 와보지 않았다 보니 지금 바라보는 목포가 모두 내 첫 경험이 되는구나.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유달산 인 듯하고 시내를 지나 유달산만 넘어서면 다순금에 머물게 되리라.

양을산에서 내려서는 길에 위치한 생활체육광장 여기서부터는 목포시내를 관통해서 지나야 하는데 비 맞은 생쥐가 되어 거지꼴로 지나다 동냥 얻을 듯싶어 빠른 이동수단을 이용해 유달산에 닿는다.


유달산 노적봉으로 이동을 하고 이순신 장군님도 만나고 유달산 정상을 향한다.

목포시내를 지나오는 동안 다행스럽게 안개는 모두 걷히고 비도 멎어서 하늘색이 상쾌하게 변했다.




유달산을 오르는 길은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고 하니 관광모드로 돌변해서 여유롭게 목포시내도 구경해 가며 땀도 안 날 정도로 휘적 거리며 올라본다.



말로만 듣던 케이블카를 직관한다. 한번 타볼까도 했지만 시간 관계상 그건 힘들듯 하여 다음기회에 하자고 했지만 역시 다음기회란 오지 않을 듯싶기도 하다.



저곳으로 내려서면 영산기맥의 종점이 나올 텐데 하는 마음으로 저기 어디쯤이겠지 대충 눈짐작도 해보며 목포의 모습들을 여기저기 눈에 담아 본다.


멀고 먼 길 유달산을 보자고 달려왔던가 그 험난한 길들을 밀고 뚫으면서, 한참을 유달산에 머물며 애정을 듬뿍 주고 알아보기 어렵게 변해 버린 삼각점도 확인해 주고 그렇게 뒤돌아 보며 아쉬워하며 유달산을 내려선다.



케이블카가 바다 건너 섬에서 시작하는 거였구나, 관심이 없었으니 모르고 있을 수 밖에는 이제 바로 코앞에 날머리도 보이기 시작하니 다 왔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드디어 영산기맥의 날머리 다순금에 도착을 하면서 영산기맥이 끝이 난다. 더 이상 흙을 밟으며 걸어갈 수 없는 곳까지 왔으니 이젠 어디로 가야 할까, 새로운 기맥을 찾아 나서야겠지.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 가슴이 뛰고 미소 만발 할 줄 알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큰 건 하나 끝이 나도 그저 덤덤하기만 하더라. 이제 또 다른 산줄기를 찾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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